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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청춘여행

3일차 수비리에서 팜플로나로


산티아고 순례길 3일차

수비리에서 팜플로나로




첫날과 둘째날까지 비바람 부는 날에 걷고 잠도 조금 설치다보니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셋째날도 좋진 않았네요. 급경사도 있었는데 그 때 무릎에도 살짝 무리가 갔나봅니다. 조금 컨디션이 좋지는 않지만 빨리 팜플로나에 도착해서 잘 쉬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해서 힘내서 출발해봅니다.



이 녀석은 말치고 조금 살이 쪄 보입니다. 덩치보면 말이긴 한데 비율은 당나귀 수준입니다. 



사진을 세워서 찍으면 화질이 좋지 못하네요. 보급폰이라 좋지도 못한 화질 더 안 좋아지네요.


 

순례길 표시가 같은 방향을 향하는 길인데도 굳이 오르막을 오르게끔 하는 길도 있습니다. 뭐 고생을 사서 하러 온 순례자이긴 한데 가끔은 이해가 안 가는 길을 가르키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잘못된 방향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니 걸어가야죠.



슬슬 스페인의 태양이 얼마나 강렬한지 느끼는 순간입니다. 4월초에 오후가 되지 않았는데도 바람은 시원하지만 햇살이 너무 뜨거웠습니다. 선크림을 꼭 바르시고 걸으시거나 챙이 넓은 모자와 긴팔을 입으세요.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서는 비가 내리려는 날 빼고는 이렇게 맑은 날이 대부분입니다. 요즘같이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들일 때는 스페인, 포르투갈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네요.  



이 곳이 팜플로나 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여기서 3킬로는 더 걸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거의 도착한 것 같아 남아 있는 힘을 모아 걸어갑니다. 



처음에 구글 지도와 카미노필그림이라는 앱도 잘 쓸줄 몰라서 숙소 찾는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Jesus 알베르게가 공립알베르게였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지저스로 말하니 현지인들이 못 알아 들어 조금 헤맸네요. 어떻게 찾긴 찾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Jesus를 헤수스로 발음해야 하더군요. 그리고 팜플로나라는 도시 자체가 작지가 않아서 현지인들에게 물어보아도 모르는 게 대부분입니다. 



팜플로나에 차이나 중국인마트가 있는데 저도 까미노카페에서 알게 된 것 같은데 그 곳에서 국내의 라면을 몇개 팝니다. 신라면만 팔았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거기에 라면이 있다는 글을 보고 팜플로나 공립알베르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길래 후다닥 씻고 찾아 나섰습니다. 



저 M자 동그라미가 Jesus공립알베르게위치입니다. 차이나마트는 저 빨간점안에 있는데 대충 15평 정도 규모의 마트였습니다. 버거킹도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혹시나 차이나마트라고 한자가 안 보인다고 그냥 지나치시면 안됩니다. 



봉지라면도 팔고 컵라면도 팝니다. 컵라면 가격이 저 때 당시 1.5유로였습니다. 한국보다는 당연히 비싼 가격이지만 그 돈이 절대 아깝지 않았습니다. 마드리드에서도 한인민박에서 묵어서 한국음식을 못 먹은지 3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3일이라는 기간이 저 컬라면을 어떤 음식보다 맛있는 음식으로 만드는 데는 충분했습니다. 



마드리드에는 한국인 마트도 있고 차이나 마트도 웬만하면 라면을 팔더군요. 스페인 내에서도 한국인 순례자가 많다보니 어디 바에서는 라면을 끓여 판다는 애기도 들리더군요. 한국인은 얼큰한 국물이 빠지면 정말 힘들긴 하죠. 고추장과 라면은 조금 챙겨가셔도 좋을 것 같아요. 


팜플로나 공립알베르게도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데 나쁜 시설은 아니지만 론세스바예스만큼은 좋지는 못합니다. 7유로였나 8유로였나 하는데 지금은 더 올랐겠죠? 그래도 아직까지는 좋은 편에 속하는 알베르게 입니다. 


슬슬 길이 조금 쉬워지는 구간이라 걸으면서 잡념들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한달 정도의 시간동안 걷기만 한 건 아니고 중간에 벗어나기도 했지만 걷는 동안에도 또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그 시간에도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그 시간들은 오히려 벗어나지 못한 채 하루는 그 생각, 하루는 이 생각, 자괴감도 들었다가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가 혼자서 웃기도 하고 속으로 울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합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오가는 그 생각들 속에서 이 길은 해답을 얻기 위한 답인지 오히려 질문만 더 얻어가는 길인지 자문자답해가며 이번 여행을 계속 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