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청춘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2일차 수비리로


산티아고 순례길 2일 차

론세스바예스에서 수비리로


저번 글에서 론세스바예스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었네요. 론세스바예스에는 200명이 수용 가능한 공립 알베르게가 있습니다. 피레네산맥을 넘느라 지친 순례자들에게 숙소 걱정을 덜어줄 반가운 곳이죠. 게다가 깨끗하고 넉넉한 샤워시설과 침대도 삐걱거림이 전혀 없고 깔끔합니다. 


그리고 세탁도 해주는데 보통 무인세탁기 돌리는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데 비해 세탁과 건조까지 제가 갔을 때는 3유로까진 안 했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3.5유로라네요. 저기도 물가가 조금씩 올라가나요. 2년 전만 하더라도 10유로만 받았는데 이제는 12유로라니 물가는 어디 가나 오르는군요. 


피레네산맥을 건넜으니 발생한 세탁물이 적더라도 되도록 여기서 세탁과 건조까지 하고 가세요. 다른 알베르게는 세탁도 안되는 곳이 많아서 여기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뽀송한 세탁물을 받으세요.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는 사립알베르게보다도 더 괜찮았던 곳이었습니다. 



입구 옆에 간단한 물건들을 진열해놓고 팔기도 합니다. 혹시나 필요하신 게 있다면 이곳에서라도 구입하세요. 비싸다고는 못하겠지만 싸다고도 못하겠네요. 


알베르게에서나 공용침실이 있는 숙소는 여성분들은 모르겠지만 남성들이 있다면 주무실 때 코골이는 어쩔 수 없습니다. 주위의 소음에 민감하시다면 귀마개는 꼭 가져가세요. 공립알베르게는 특히 한방에 수십 명씩 자는 곳이 대부분이거든요. 



저 때 시간이 새벽 6시였는데 많은 분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죠. 전날 일찍 잠을 청한 사람들이 반, 잠을 설친 사람들이 반일 것 같네요. 전 코골이는 괜찮은데 자다가 아침에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잘 깨서 저도 주로 일찍 일어나긴 했습니다. 


첫날도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둘째 날도 비가 계속 내리고 있네요. 배낭에 레인 커버를 씌우고 멘 다음에 우비로 배낭까지 덮고 출발을 해봅니다. 처음으로 배낭을 메고 걷는 거라 많이 긴장이 되었네요. 


무릎이 안 좋아서 피레네산맥을 넘을 때는 배달을 보냈었는데 계속 배달을 보낼 순 없기에 둘째 날은 배낭을 매어봅니다. 첫째날에 느끼지 못했던 묵직함에 벌써부터 걱정이 밀려오지만 그래도 천천히 조심조심 아직 어두운 새벽길을 비 맞으며 걸어봅니다. 



한 시간쯤 걸었나요. 앞에서 앞서가던 순례자 무리가 아침부터 열려있는 Bar로 들어갑니다. Bar라고 해서 우리나라 같은 경우 술집으로만 생각하지만, 스페인의 Bar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간단한 식사와 커피, 주스를 판매합니다. 순례길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모든 바들은 웬만하면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어 출근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네요.



저와 같이 가던 일행도 바에 들러 간단하게 주스, 카페콘레체(카페라떼)와 빵이나 또르띠야로 간단하게 배를 채웠습니다. 전 크로와상과 카페콘레체를 시켰는데 2유로도 안 나왔네요. 우리나라였으면 커피값만 3~4천원은 받았을텐데...커피가 비싸서 자주 안 먹었었는데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중에는 하루에 한잔씩은 꼭 마셨던 것 같습니다. 



커피 한잔과 빵 하나뿐이였지만 힘이 생기네요. 다시 비바람을 맞으며 수비리를 향해 걸어봅니다. 






하루의 걷는 거리는 보통 20~30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우습게 보면 안 되는 게 몇 일간은 걸을 만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몸에서 신호가 옵니다. 몇 일간의 여정이 아닌 한 달은 넘는 여정이 되는데 절대 무리하지 마시고 어딘가 안 좋다 싶으면 멈춰서 쉬시길 바랍니다. 



언덕길에서 쫙 펼쳐진 풍경이 나와 길을 가던 순례자들도 이곳에서만큼은 다들 한 장씩 사진을 찍고 가네요. 저도 찍긴 했지만 워낙에 바람이 세게 불어서 못난 얼굴이 더 못나 보이게 나와서 차마 올리지는 못하겠네요.  



첫째 날, 둘째 날은 좀 긴장하면서 가기도 했고 오르막길이었다가 내리막길이었다가 해서 걷는 데에만 집중하면서 걸었네요. 평지를 걸을 때면 몰라도 내리막이나 오르막길에서는 걷는 데에만 집중하세요. 즐기는 것도 좋지만 항상 안전을 생각하며 다녀야합니다.  



슬슬 구름이 걷히면서 날씨가 좋아집니다. 이 사진을 끝으로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네요. 항상 걸을 때 초반에는 주변 풍경에 감탄하고 하는데 후반에는 멋진 풍경이 나와도 지치고 배고프고 해서 숙소에 빨리 도착하기만을 바래서 후반에는 잘 안 찍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이렇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면 다시 모든 게 아름다워 보입니다. 저 햇빛, 저 강물, 저 건물도 하나같이 훌륭한 작품 같습니다. 힘없던 근무를 끝내고 퇴근할 때만 힘이 나는 것처럼 말이죠. 아무튼, 이렇게 산티아고 순례길 2일째 목적지인 수비리에 도착했습니다.  



저 날은 자디코라는 사립알베르게에 묵었습니다. 첫날 만났던 멕시코 가족을 여기서 또 만났네요. 10유로에 방도 좁고 씻는 곳도 다소 좁게 느껴졌지만 깔끔했던 곳이었습니다. 숙소에서 먼저 보게 되는 건 침대랑 씻는 곳인데 깨끗하기만 하면 훌륭한 숙소의 조건이 됩니다. 하룻밤 자기엔 나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순례길에 있는 알베르게에서는 조식을 주는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포르투갈에서 묵었던 숙소에서는 대부분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스페인에서는 대부분 조식이 포함이 안 돼 있었습니다. 똑같이 싼 곳만 골라서 갔는데도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차이가 지금에서야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