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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청춘여행

피레네산맥을 넘어 론세스바예스로


산티아고 순례길의 첫날 

프랑스 생쟝을 떠나 스페인 론세스바예스로 출발



처음으로 걸어서 국경을 넘는 날입니다.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리며 흐린 날씨 속에서 어제 만났던 한국분들과 같이 길을 걸어봅니다. 피레네산에서 론세스바예스로 넘어가는 루트는 두 가지가 있는데 풍경이 좋다는 나올레옹 루트와 발카로스 루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 날은 날씨가 불규칙했기 때문인지 나폴레옹 루트 쪽에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위험해서인지 대부분 발카로스 루트로 피레네산맥을 올랐습니다. 여행을 즐기러 왔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니면 안 되니 잘 모를 땐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로 다니세요.    


새벽부터 출발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저희는 7시 조금 넘어서 출발을 했습니다. 이렇게 일찍 출발하는 건 예전에 숙소가 모자를 때에는 새벽부터 출발해야 숙소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일찍 출발하게 됐다는 애기도 있고 여름 같은 경우에는 해가 쨍쨍 내리쬐는 오후에는 되도록 걷지 않기 위해 새벽부터 출발한다는데 맞는 말이었습니다. 


스페인에는 씨에스타라는 제도가 있는데 오후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서 오후 2시부터 4~5시까지 낮잠을 자는 제도입니다. 그만큼 햇빛이 강렬하죠. 유럽은 여름으로 갈수록 저녁 9시가 되어도 해가 지지 않을 정도로 해가 길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스페인은 늦은 밤까지도 활기가 넘칩니다. 


발카로스 루트로 어느 정도 걷다 보면 이 건물이 보이실 텐데 누가 애기하기로는 여기서부터 스페인 땅이며 국경관문소라고 한 것 같습니다. 스페인 국기도 보이고 하는데 국경을 넘어가도 아무도 감시를 안하네요. 


감시가 필요 없어서 그런 거겠죠.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으로 다시 넘어오는 버스를 탔을 때는 고속도로 중간에서 여권검사하고 하던데 여긴 그런 건 없었습니다. 하긴 다시 생각해봐도 처음 팜플로나에서 생쟝으로 넘어올 때도 그런 건 없었네요. 



할아버지가 한국인이시라는 멕시코 가족도 만났습니다. 길 중간중간에 자주 만났지만 제 짧은 영어로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아쉬웠던 인연이었네요. 론세스바예스, 수비리에서 같은 알베르게에서 묵고 로그로뇨까지는 만났었는데 그 뒤로는 만나지 못했네요. 아들 둘이 어렸는데도 힘든 길내내 아빠, 엄마를 잘 따라다니는 걸 보고 대견했었습니다. 


아침에 같이 걸으셨던 일행중에 등산을 많이 다니신다는 아저씨가 계셨는데 저희를 한참 앞서서 가셔서 중간에는 놓쳤버렸습니다. 저랑 다른 친구는 배낭까지 론세스바예스까지 배달보냈는데도 아저씨를 끝까지 따라잡지 못하고 숙소에서 이미 다 씻고 쉬시는 아저씨를 그때서야 다시 뵈었네요.  


날씨만 맑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언제나 다 좋을 수는 없는 법이기도 하고 산티아고 순례길 첫날이기도 해서 에너지도 넘치고 모든 게 생소했기 때문에 비가 왔어도 걷는 내내 재밌었습니다. 



나폴레옹 루트로 갔다면 저 위를 걷고 있었을 까요?



산티아고 순례길의 대표적인 표식입니다. 돌로 된 비석에 이런 표식으로 길 중간중간 순례자가 길을 잃지 않게 하려고 놓여 있습니다. 처음에 저 무당벌레가 진짜인 줄 알았는데 누가 붙여놓고 간 거였습니다. 저 표식과 무당벌레가 잘 어울렸는데 누군지 모르지만 감각이 넘치는 분이네요.



산티아고 순례길 내내 저렇게 비석들이 저희가 길을 잃지 않게 방향을 알려주었습니다. 



발라로스루트를 걷는 동안 가장 멋졌던 풍경이었는데 사진으로 그 풍경을 제대로 담지는 못했네요. 



순례길 중간에 도로옆을 걸을 때도 있으니 항상 주의를 살피고 조심하시면서 걸으세요. 



산이다 보니 대체적으로 오르막 길이었지만 완만하게 오르는 길이 많기도 하고 배낭도 미리 배달시켜놓아서 그렇게 힘든 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배낭을 메고 오르시는 분들은 힘들어 보였네요. 저도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그 땐 배낭을 메고 나폴레옹 루트로 오르고 싶네요. 



중간에 Bar가 없기 때문에 피레네산맥을 넘으실 때는 생수와 쵸코바라든지 비상식량을 챙겨가셔야 원활하게 오르실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문을 연 가게가 없기 때문에 출발하기 전날에 미리 챙겨놓으셔야 합니다. 


정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발카로스 루트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비석이었습니다.



구름에 가려져 수십미터 앞도 보이지 않네요.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작은 성당같기도 했지만 대피소였던 것 같았습니다.



오르는 동안 초코바 두 개만 먹었더니 피레네산맥에서 내려올 때는 힘이 없었습니다. 꼭 산에 오르실 때는 충분한 비상식량을 챙겨가세요. 9시간은 걸려 오후 5시 정도에 론세스바예스 공립알베르게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배낭을 다음 목적지에 배달 보내실 때 영어를 잘하시면 별문제가 없으시겠지만 공립알베르게로 배낭이 배달된 줄 알았는데 공립알게르게가 아닌 Bar에 보관이 되어있더군요. 왜 그런지는 몰랐지만 다행히 알아듣고 Bar에 가서 배낭도 찾고 배도 채웠네요. 많은 배낭이 Bar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걸 보면 원래 그런가 봅니다. 



Bar에서 처음으로 시켜먹은 또르띠아와 바게트 샌드위치였는데 이 때 먹었던 또르띠아는 스페인 여행중 제일 맛있었던 또르띠아였습니다. 시키자마자 반을 해치우고 맥주도 한 모금 하니 살 것 같아서 비록 먹던 모습이지만 사진 한 장 남겨봤습니다. 


순례길을 걷는 동안 가장 저렴하고 든든하게 점심을 해결할 수 있던 대표적인 메뉴는 또르띠아인데 묵직한 계란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바게트 샌드위치도 있고 길 중간중간 만나는 마을마다 Bar가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들어가셔서 점심이나 아침도 해결하시면 됩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국내에서 사 먹는 커피보다 맛있는 커피가 1유로 정도고 저 또르띠아나 샌드위치도 2~3유로밖에 하지 않습니다. 간단히 먹고 씻고 나서 오늘의 메뉴(메뉴델디아)도 먹었죠. 10유로 정도 가격에 와인과 애피타이저 메인메뉴가 나오는 복불복의 메뉴라 저는 웬만하면 저녁은 직접 해 먹었습니다. 


이렇게 첫날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 것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