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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청춘여행

4일차 산티아고 순례길 페르돈 고개로


산티아고 순례길 4일차-2

용서의 언덕 페르돈 고개로 



팜플로나와 푸엔테 데 레이나 중간에 위치한 용서의 언덕 페르돈고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왔다면 여기만큼은 꼭 들렀다 가야 후회하지 않을 곳입니다. 순례자를 표현한 철동상들도 있고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들도 제 기준으로 순례길중에 가장 멋졌던 풍경이었기 때문입니다.



팜플로나에서 하루 쉴 생각을 가졌었지만 저기만 보고 멈출까? 저기만 더 가서 멈춰볼까? 하다가 풍경에 취해 계속 걷게 되었습니다. 멋진 풍경만 보게 되면 아드레날린이 넘쳐나는지 걸을 때는 괜찮다가 저녁내내 앓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 되네요. 



결국엔 팜플로나를 다 벗어나고 나무그늘 하나 없는 길이 시작되네요.



청량하고 새파란 하늘색과 초록색의 들판, 흙바닥이 어우러지는 이런 광경을 보는데 힘이 나지 않을 수가 있나요? 봄을 알리는 저 초록색의 들판이 가을에는 황금색의 밀밭으로 변해있겠죠? 



또 한 쪽은 이렇게 유채꽃이 가득합니다. 유채꽃이 이렇게 많이 펴 있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 이 곳에서 유채꽃으로 가득채워진 들판을 보게 되네요. 저 너머 언덕에 풍력발전기들이 늘어서 있죠? 네 저기까지 걸어가야 합니다. 



나중에 다시 가게 된다면 저 멀리 보이는 산도 가까이서 한번 보고 싶네요.  



저렇게 새파란 하늘에 구름 한점 보기가 우리 나라에선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멋진 풍경이더라도 계속 보게 되면 면역력이 생겨서 점점 무감각해지듯이 저 역시 한 시간을 걸어도 두 시간을 걸어도 같은 풍경만 나오고 태양은 무참하게 내리쬐고 있었으며 나무 그늘 하나 없었던 그 길은 아드레날린이 넘쳤던 저를 점점 지치게 하더군요. 



그래도 저 언덕 너머의 풍경은 어떠할까 라는 생각이 없던 힘을 짜내기에는 충분했나 봅니다. 무릎도 점점 아파오는데 저 날 출발도 늦게 해서 한 낮의 태양을 온전히 받고 있었으면 중간에라도 멈췄어야 됐는데 조금 어리석었던 날이었습니다. 




이제 카미노 필그림 앱을 쓸 줄 알게 되어서 중간에 거쳤던 저 마을에도 알베르게가 있음을 알았고 충분히 멈춰서 쉬었으면 됐었지만 너무 작아보이는 마을 모습과 과연 저 위치에 있는 마을의 알베르게에서 묵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시간도 2시 정도밖에 안 되었기에 시원한 콜라 한캔으로 당 충전하고 무리를 좀 했네요. 조금이라도 어딘가 안 좋으시면 쉬시길 권장합니다.   



오후 늦게서야 아침에 헤어졌던 일행중 한 친구가 저 마을의 알베르게에서 쉬고 있었다고 카톡으로 연락해서 알게 되었네요. 저도 멈춰서 쉬었어야 했는데...현명한 선택을 한 친구였습니다. 멈출땐 멈출줄 알아야 됩니다. 그 친구와는 다음날 푸엔테 데 레이나 마을에서 만나 저녁 같이 만들어 먹자고 해서 다시 만났습니다.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먼저 출발했던 순례자 무리가 눈에 보이네요. 완만하게 계속 되던 오르막길은 점점 힘이 들어 저도 중간중간 숨을 고르며 쉬었습니다. 



이제 제법 큰 도시였던 팜플로나가 한눈에 다 보일정도로 멀리 있네요. 



이 오르막길을 자전거를 끌고 힘겹게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들보단 내가 덜 힘들겠구나 생각했지만 오르막을 다 오르고 내리막길을 그저 중력의 힘으로만 가는 분들을 보고 한 없이 부럽기만 했네요. 고생한 만큼 낙이 오는 거죠. 



멀리서 보니 국내에서 보게 되는 논밭이 펼쳐진 시골풍경과 똑같아 보입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풍력발전기의 울림이 웅웅웅하며 엄청나게 크게 들리더군요.  



셀카는 잘 안 찍어도 이 곳에선 찍게 되네요. 저와 똑같이 혼자 오신 외국인 여성분이 먼저 찍어달라 해서 찍어드리고 저도 용기내어 미투 미투 해가며 멋진 풍경에 못난 얼굴 하나 남겨봤습니다. 태양은 뜨거웠으나 바람은 차가웠기에 풀장비 착용한 모습입니다. 



저기 조그맣게 보이는 마을 하나가 있는데 우르테가라는 마을입니다. 다행히 알베르게가 하나 있길래 저 곳까지만 가서 지친 몸을 멈추기로 결정하고 마지막 힘을 냈습니다. 



일단은 이 곳에서 잠시 앉아 땀을 식히며 멋진 풍경에 넋이 나간 건지 피곤하고 힘들어서 넋이 나간 건지 몰라도 한 동안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쳐다보며 처음으로 이 길을 들어선 것은 잘한 짓이었다고 생각했던 순간이었네요. 


많은 고민과 잡념들속에서 저곳의 풍경 앞에서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온전히 그 순간을 즐기고 시원한 바람과 따뜻했던 햇빛, 풀내음이 가득했던 흙바닥에 감사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행복했던 순간을 뒤로 하고 내려올 때는 수비리때와 똑같았던 급경사로 인해 무릎이 더 안 좋아져서 알베르게에 도착할 때쯤에는 조금 절뚝거리기까지 했네요. 지도도 잘못 봐서 반대편만 계속 찾아보고 없는 줄 알고 다음 마을로 가야 되는 건가 걱정도 하고 헤매느라 더 힘들었던 오후였습니다.


다행히 지도를 잘못 본 걸 확인하고 제대로 찾아 갔네요. 숙소도 나쁘지 않아서 지친 몸을 씻고 야외의자에 앉아 하루내내 고생했던 발을 꼼지락 거리며 따스한 햇빛에 쬐어 주었습니다. 


저 날의 교훈은 "제발 멈출 때는 멈춰라 이 등X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