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청춘여행

푸엔테 데 레이나에서 그리웠던 한국의 맛


산티아고 순례길 5일차 

우테르가에서 푸엔테 데 레이나에서 그리웠던 한국의 맛을 찾다.



우테르가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음 날 아침 출발하기 전 배낭과 스틱을 찍어봤습니다. 그냥요. 뭐가 그리 필요해서 쑤셔 넣었는지 제 뱃살처럼 빵빵해졌네요. 결국엔 저 안에 든 물건중 반은 쓰지 않을 짐이었을뿐인것을... 



우테르가에서 푸엔테 데 레이나 마을까지는 7킬로 정도 거리여서 9시에 출발해서 11시 정도에 도착했습니다. 만나기로 했던 친구와 저녁도 같이 먹기로 약속하기도 했고 무릎 상태가 안 좋았기에 저 날은 무리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알베르게를 정할 때 저는 그래도 웬만하면 municipal, 공립 알베르게에 묵었습니다. 저 지도에 M자가 공립 알베르게 입니다. 가끔 시설이 좀 오래된 알베르게도 있지만 그래도 몇 군데 빼고는 대부분 공립이 시설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용료도 저렴했고요. 이곳의 공립알베르게는 주방의 조리도구들도 있고 주방도 그렇게 좁지 않았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넉넉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좋았던 점은 뒷마당이 빨래 널고 햇볕 쬐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죠.



빨래는 비록 손 빨래로 해야됐지만 옷가지들을 모두 널어 놓고 가만히 햇빛 받고 있자니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질 수가 없었네요. 



아 그리고 알베르게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보통 오후 1시~오후 3시부터 인 곳이 많아요. 가끔은 출입시간 이전에 공립 알베르게 입구에 배낭들이 순서에 맞게 줄지어 있는 것을 보실 때도 있으실 겁니다. 비수기 때에는 보지 못하겠지만 성수기 때에는 자주 보실 광경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의 맛을 찾기 위한 저의 히든아이템 미니 양념 세트였습니다. 저 과자 봉지 크기와 비교하면 얼마나 앙증맞은지 아시겠죠. 지금은 다른 양념들로 채워져 있지만 저 때 당시에는 유럽에서 구하기 힘들 것 같은 고추가루와 참기름 간장으로 채워갔었죠. 있다고 하더라도 500ml이상으로 판매할 텐데 계속되는 여행속에서 가지고 다니긴 힘들 것 같아서 저렇게 미니 양념 통으로 채워서 가져갔습니다. 


고추장을 못 챙겨간 게 제일 아쉬운 부분인데 다른 분들은 꼭 고추장은 챙겨가세요. 쌀밥에 고추장만 비벼 먹어도 요리왕 비룡처럼 장돗대에서 용이 승천하는 그런 이미지가 펼쳐지며 행복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고추가루는 한국과 비슷하진 않지만 다른 고추가루를 소봉지로 파는 것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나름 요리를 직업으로 해왔던 사람이었기에 양배추 겉절이랑 제육볶음 비슷한 걸 했습니다. 당시에는 맛있었는데 지금 먹는다면 맛은 그저 그랬겠지만 한국 사람은 역시 매콤한 걸 먹어야죠. 다른 친구들이 준비한 쌀밥에 삼겹살도 구워 먹고 계란말이도 맛있었습니다~ 


다음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느라 썼던 설거지들과 주변 정리부터 깔끔하게 한 후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순례자들은 많고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식사준비를 할 때는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마시고 몰리는 시간대를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하는 건 어디나 똑같은 기본적인 서로간의 예의죠.


여행은 즐겁지만, 장기간 계속되는 여행에서 먹는 것만큼 지친 마음과 몸을 회복시켜주는 것은 고국의 음식뿐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중간중간 한국의 맛을 충전시켜 다시 힘을 복돋워 주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선 가볍게 생각했던 그 음식들에 대한 감사함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