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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청춘여행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12사도의 한 사람인 성 야고보의 순교지라는 건 솔직히 별 다른 감흥이 없습니다.



솔직히 무교인 저로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단순히 첫 해외여행을 경험하기에는 가장 최적의 여행코스라고 생각했기에 결정한 곳이었기에 순례라는 단어와 성 야고보가 누군지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조금 아는 것 정도랄까요. 그런 걸 떠나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했을 때는 그저 한 사람의 여행자로서 모든 구간을 다 걸은 건 아니지만 국토대장정을 해냈을 때와 똑같은 심정 같은 걸 느꼈습니다. 


중간에 무릎을 다치고 모든 구간을 다 걷지 못해서 조금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기뻤다기보다는 마음이 허한 느낌이 많았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건 어쩌면 목적지에 도달함으로써 이 여정이 끝났다는 느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나게 만들었고 잠시 저 멀리 떨어져있던 현실감이 되돌아 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산티아고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기까지 고작해야 53km정도 남은 여정동안 다른 순례자들은 이틀만에 갈 거리를 저는 3일에 걸쳐 도착했습니다. 



Melide에서 출발해 14km 걷고 Arzua에서 하루, 다음날은 19km O Pedrouzo에서 하루, 마지막 날 나머지 20km를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여정이 끝나가는 게 아쉽기도 했고 다친 무릎에 무리가지 않게 하기위해 조금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사리아에서 산티아고까지는 계속 비가 내렸다 말았다 했기 때문에 걷는 내내 비가 올 때도 있었고 다 도착하면 그 때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옷가지들은 햇빛이 나올 때마다 가방에 묶어 놓고 말릴 때도 있었고 알베르게에서 편하게 말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비가 귀찮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비가 그치고 개인 하늘을 볼 때면 더 반갑게 느껴지고 물방울이 맺힌 풀잎이 더 아름다운 게 아닐까요.



산티아고 순례길은 정말 이런 시골길을 아무 걱정없이 표식만 따라가며 오직 나만 생각하고 걸을 수 있기 때문에 걷는 여행에 있어서는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르수아에서의 메뉴델디아(오늘의메뉴) 



오 페드로우소로 가는 내내 비가 왔지만 마을에 도착하니 또 그쳤던 비



산티아고에 도착하기 마지막 날의 오후

갈대를 흔드는 바람과 따스한 햇살, 천천히 흘러가는 뭉게구름과 푸르른 하늘의 감사함을 느끼는 하루



몬테 델 고소의 이름 모를 탑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니 길에서 독일 동화 브레멘 음악대처럼 당나귀 위에 개를 태우시고 가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비록 고양이와 닭이 빠졌지만 보고서 바로 브레멘 음악대가 오랜만에 떠올랐네요.



저의 시선을 느끼셨는지 저에게 다가오셔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셔서 얼른 포즈를 잡았습니다. 지금에서야 알게 된 건 아저씨의 티에서 당나귀의 이름이 마리나이고 강아지의 이름이 스코티라는 걸 알게 됐네요.



브레멘 음악대를 만나기 전 산티아고의 초입에서 순진한 순례자들에게 알베르게에 낼 돈이 없다고 돈을 빌려? 아니 그냥 달라고 하는 사기꾼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속으시면 안됩니다. 정말 급하다면 대사관이나 경찰등에게 도움을 청하면 될텐데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그것도 오후도 아닌 막 정오를 넘긴 시각에 몇 유로를 달라고 하는 걸 보면 이 사람 저사람 순진하고 착한 순례자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조금씩 얻어내 본인은 호의호식할려고 하는 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향로미사를 보기 위해 몇일 산티아고에서 묵었는데 그 사기꾼을 같은 알베르게에서, 산티아고 뷔페에서 계속 봤네요. 워낙에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저를 기억 못하는 것 같더군요. 딱 보니까 사기꾼 같아서 저는 돈을 주진 않았지만 몇몇 분들이 준 돈으로 즐기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런 사기꾼들이 종종 있다는 애기도 있는 걸 보면 까미노 순례길 특성상 의심 없이 주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게 되면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어찌됐든 저찌됐든 결국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을 했습니다. 가만히 배낭을 내려놓고 앉아있노라니 울음을 터뜨리는 분도 계시는가 하면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분들도 계시고 저처럼 가만히 앉아 멍하니 산티아고 대성당을 바라보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산티아고 대성당만의 향로미사의 주인공인 향로가 보이네요. 



제가 갔었던 2년전인 2015년에는 한창 보수 작업을 하던 때라 그런지 온전한 모습은 볼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다고 산티아고 순례길의 모든 여정이 끝났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까미노 순례길이 끝났다라고 생각하게 된 건 피니스테레까지 다녀오고 나서 들었네요. 중간에 배낭무게를 우습게 본 덕분에 무너진 무릎으로 다른 순례자들의 비해 절반도 안되는 거리밖에 걷지 못했지만 많은 걸 느끼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복잡했던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안겨준 산티아고 여행은 저에게 정말 뜻 깊은 추억이었습니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는 시기에 선택한 여행은 나중에 돌이켜볼 때 제 인생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